한국과 지구 정반대편에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지난 30여년간 예술혼을 불태우며 작업해온 원로 여성 미술인 김윤신(87) 작가가 고국에서 근작 전시회를 차렸다.
지난 8일부터 스페인·중남미 미술 전문 화랑인 서울 성북동 ‘갤러리 반디트라소’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개인전은 ‘지금 이 순간’이란 제목 아래 수많은 직선이 여러 방향으로 무리 지어 몰려가는 색면 회화들과 나뭇조각 3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아르헨티나의 작업실에서 외부와 고립된 채 작업하면서 재료를 구하는 것이 힘겨워지자 버려진 나무쪽을 이어붙여 위로 치솟은 조각을 만들었다. 화폭에는 나무쪽에 물감을 묻혀 다채로운 선을 일일이 찍어내면서 회화를 그렸다. 살아가는 순간들이 다 새로운 의미가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으면서 ‘지금’과 ‘순간’이 작품 연작의 제목으로 떠올랐고, 전시회 제목으로까지 이어졌다고 작가는 털어놓았다.
그는 1960년대 홍익대 미대 조소과를 나와 프랑스 국립미술학교에서 조각과 석판화를 수학하고 국내에서 중견 조각가로 활동하면서 1974년 한국 여류 조각가회 결성을 주도했다. 1983년 아르헨티나로 우연히 여행을 갔다가 광대한 자연 풍광과 양질의 조각 재료인 나무들이 풍성하게 있다는 사실에 매혹돼 바로 이주한 뒤 현지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에 몰입했다. 2008년 한국인 작가로는 처음 현지에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열고 87살 나이에도 현장 작가로 활동 중이다. 전시는 8월7일까지.
노형석 기자